미국 유엔 아카이브 탐방기
이 글은 해외 아카이브에서 한국과 서울 관련 기록을 발굴•수집했던 김홍렬 이사 ((주)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한양대학교 도시공학박사)의 경험기이다. 글쓴이의 경험과 기록찾기의 노하우를 아카이브를 처음 이용하는 연구자와 공유하기 위해 소개한다. 서울기록원은 연구자들이 기록을 찾는 방법과 문제의식을 열람서비스에 적극 반영하여, 보다 이용자에 친화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데에 노력하고 있다.
세계 여느 대도시와 다르지 않은 마천루를 자랑하는 뉴욕 유엔본부와 그 산하 조직의 기록물을 보존하는 유엔문서기록관리부(United Nations Archives and Records Management Section, 뉴욕시 45번가 이스트 304번지, 유엔아카이브로 줄임)가 있다. 이곳은 유엔본부에서 길을 건너 걸어서 3분 거리이며 대각선으로 주유엔대한민국 대표부와 마주하고 있다. 유엔아카이브에서 어떤 자료를 조사·수집할 것인가. 어떤 조직의 주제인가에 따라 사전 준비가 필수이다. 유엔 아카이브가 있는 뉴욕으로 출발하기 전, 첫 번째는 나의 할 일은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다.
주제 선정
유엔아카이브에서 서울이라는 주제로 문서, 사진들을 수집하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유엔 아카이브의
온라인 카탈로그(https://search.archives.un.org/)를 방문해
키워드로 검색할 수 있다. 온라인 카탈로그에서
서울(Seoul) 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해 추출된 사진은 총 188장이다.
생각보다 손쉽게 찾을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할 수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전체 188장 중 사진설명문과 서울이라는 장소와 상관없는
사진을 제외하면 50장 이하로 떨어진다. 유엔아카이브의 사진
컬렉션은 상세하지 않은 설명문이거나 설명문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방법은 유엔아카이브의 구조와 계열을 이해하면서 다시 찾아
볼 수 있다. 유엔아카이브는 연구 가이드, 보조 도구를 이용해
찾거나 유엔과 관련 특정 자료 또는 국제기구 기록, 유엔의 일반
기록(디지털 유엔아카이브), 자주 묻는 질문(Q&A) 등 여러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유엔아카이브 홈페이지에서 연구 가이드는 주제에
따라 역대 유엔사무총장, 2차 세계대전 피난민 등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주요한 부서별로 기록물을 안내하고 있다. 보조도구를
이용한 검색 방법은 전임 조직, 유엔사무총장, 유엔총회, 사무국의
부서, 평화유지활동부·정무부·안전보장이사회·사무총장이 설립한
다양한 임무와 위원회로부터 생산된 문서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유엔의 조직과 역할, 그 산하의 각종 위원회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막연하게 서울이라는 것을 검색하기 전에 6ㆍ25 전쟁부터
1973년까지 유엔의 조직인 유엔한국재건단(United Nations Korean
Reconstruction Agency, UNKRA, 1950∼1958)과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회(Commission for the Unification and
Rehabilitation of Korea, UNCURK, 1941∼1973)에서 서울 관련 문서와
사진을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유엔사무총장과 유엔총회 뿐 아니라
유엔의 사무국 부서에서도 충분히 자료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서울과 관련된 사진은 두 기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주제가 명확하게 확정되었다.
어떻게 검색할 것인가
조사자는 운크라(UNKRA)와 언커크(UNCURK) 두 조직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하다. 국내에서 나온 각종 논문과 단행본, 한국의
국사편찬위원회와 국립중앙도서관 해외기록물, 국가기록원 등에서
수집한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산하 메릴랜드 칼리지 파크 소재
국립공문서관 2관의 두 조직과 관련된 유엔군사령부, 미8군사령부의
문서들을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사전조사와 목록
정리를 마쳤다면 본격적으로 운크라와 언커크 관련된 유엔아카이브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유엔아카이브의 구조와 계열이 무엇인지 알아야 자료 신청도 할 수
있다. 이곳은 인벤토리 구조이며 퐁(Fonds, 기록물 그룹과 동일),
시리즈(Series), 상자(Box), 폴더(Folder), 건으로 되어 있다.
퐁부터 건에 이르는 참조 코드(Reference code), 제목, 생산날짜별로
다시 정리되어 있다. 유엔아카이브 현지에서 자료 신청할 때는 참조
코드, 제목, 생산날짜만 기입하면 가능하다.
일례로 운크라의 시리즈는 사진과 기록이라는 단 하나이며 전체 351개
상자이다. 유엔아카이브 홈페이지에서 운크라의 조직과 생산이력
등을 상세히 정리한 가이드가 있다. 이 시리즈에는 1950년부터
1960년까지 운크라의 서신, 메모, 보고서, 여러 유형의 문서를
포함하고 있으며 각종 프로젝트 파일, 운크라의 사진앨범 등이 있다.
운크라의 조직과 구성을 다룬 폴더, 식량, 농업, 농촌 재정착, 교통,
통신, 교육, 보건, 위생 및 복지, 천연자원, 주택, 기술 지원 및
기타 프로젝트, 운크라의 조직과 인사·재정·통신·법률
문서·회의록·사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상세한 폴더의 제목은
홈페이지에 링크된 PDF 파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유엔아카이브 'UNKRA 컬렉션' 페이지>
열람할 자료의 목록화
pdf 파일에 정리된 운크라 자료 목록은 상자 번호, 폴더 번호, 제목, 최초 생산날짜와 정리된 날짜, 보안등급, 자료의 스캔 유무 등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를테면 운크라의 서울에서의 활동사진을 조사하겠다면 상자번호 S-0526-0341부터 S-0526-0352까지 총 11개의 상자를 봐야 한다. 그래도 너무 많다고 싶으면 S-0526-348부터 351까지 4개 상자의 4개 사진앨범을 보면 된다. 이 앨범의 사진들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중화질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나 고화질 본을 원한다면 직접 방문해 스캔할 수 있다. 이 앨범의 사진은 운크라 사진 전체에서 20%에 지나지 않으며 스캔된 분량도 매우 적다. 하지만 앨범 4권의 스캔 작업은 90% 정도이다. 이제 조사자는 유엔아카이브에 방문해서 나머지 80%의 사진들을 찾아 올 것인가.
방문하기 전에 결정해야 할 문제가 있다. 앨범에 있는 사진을 설명해
주는 설명문은 얼마나 정확하고 상세한가. 733-734번의 사진설명문은
한 줄인데 촬영날짜도 없다. 설명문은 “대령
메이필드(Mayfield)가 서울에 있는 주한유엔민간원조사령부(UNCACK)
본부에서”라고 짧게 적혀 있다. 메이필드 대령이 언제, 서울의 어느
장소에 무슨 목적으로 방문했는지 구체적으로 사진설명문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결국 이 사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운크라 문서와
민간원조사령부의 문서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지경에 이르면 그냥 문서 찾기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다. 겁먹지
말고 유엔아카이브 온라인 카탈로그에서 서울과 관련 88,355건의
기록물 중 내가 원하는 주제를 다시 찾아가면 된다. 운크라
시리즈에서 서울과 관련된 기록물은 336건이다. 그 가운데 재건과
직결된 기록물 폴더는 22개이다. 이들 중 디지털 기록물 12개와 직접
열람해야 할 기록물 폴더 8개이다.
유엔아카이브로 떠나기
2021년 1월 21일 인천에서 뉴욕으로 직항하는 비행기는 매서운 추위와
함께 뉴욕 상공에서 지상으로 서서히 내려 올 때 빌딩 숲 속에
둘러싸여 있는 도시를 인사라도 하는 듯 빙빙 돌아 접었던 날개를
핀다. JFK 국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린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은 입국수속을 마치면 미국인 아닌 이상 자동차를 대여하거나
택시, 우버,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수단에 의존해야 한다. 공항에서
내가 예약한 호텔이 어딘지에 따라서 교통수단을 정하면 된다.
유엔아카이브가 위치한 45번가 부근에 호텔을 잡고 도보로 10분 이내면
매우 만족스러운 결정이 된다. 공항에서 유엔아카이브와 가까운 호텔을
이용한다면 우버를 타고 30분이 소요되는데 매일 뉴욕의 교통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추천할만한 호텔은 다음과 같다. 뉴욕 그랜드 센트럴역 부근에 파드
39(Pod 39, 약 15만원대) 호텔은 물가 비싼 뉴욕을 생각한다면 매우
만족스럽고 유엔아카이브와는 10분 거리이다. 물론 재정이 넉넉하다면
45번가 인근 3곳의 호텔이 있다. 모두 3성급인데 19만 정도이며
유엔아카이브와는 3분 또는 1분 거리다. 이 주변에 한식부터 일식,
중식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유엔아카이브 출입하기
유엔아카이브는 여름 시즌에 2개월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방문 날짜는 변경해도 좋지만 1개월 뒤엔
변경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이후 백신 접종자만 출입할 수 있었다가
지난 2022년 7월부터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해 졌고 실내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아카이브 공간이 좁다 보니 최대 15명 정도가 앉아서 자료를 볼 수
있다. 입실 전에 사물함에 가방을 넣고 방문자 등록을 마치면 사전에
이메일로 전달한 문서 목록과 문서 박스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서
직원이 한 개 폴더씩 이용자에게 전달한다.
<유엔아카이브의 거리 전경>
<유엔아카이브 내부 시설 (열람실, 물품보관함 등)>
문서보기
이곳 아카이브 시스템을 보면 영국 국립공문서관(TNA)과 동일하게
문서는 한 개의 폴더만 준다. 그 폴더를 다 보면 바로 이어서 주지만
박스로 신청해서 보는 것과 달라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문서
신청은 온라인 카탈로그에서 확인해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신청한 자료는 보통 5분 쯤 지나면 내 손에 들어온다.
서비스 현황을 보면 내부에 카메라 촬영대가 3개뿐이다. 개인용
카메라나 스캐너가 필요하다. 스캐너는 폴더와 오버헤드만 허용된다.
그 외에도 개인 필기구(연필만 허용), 노트북 등은 허용되지만 개인
책이나 노트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유엔아카이브 신청은
퐁(Fonds)-시리즈(Series)-폴더(Folder)-아이템(Item) 순이며 신청할
때도 적용된다. 퐁(Fonds)은 유엔의 사무국 부서, 각 전임
위원회별로 묶어진 그룹이다. 일례로 보면 ‘United Nations Commission
for the Unification and Rehabilitation of Korea (UNCURK)
(1950-1973)’라는 퐁에는 전체 57상자가 있으며, 자료기호는
AG-049이며, 생산연도는 1946-1974년까지이다.
시리즈는 각 위원회나 부서에서 생산 문서들을 사건 또는 활동
단위별로 묶음이다. 일례로 앞의 Fonds 안에 7개 시리즈가 있다.
자료신청기호 : S-0691, 시리즈 제목 : Correspondence Files of the
United Nations Commission for Unification and Rehabilitation of
Korea (UNCURK), 생산날짜 : 1950-1973, 상자 총 7개이다.
폴더는 시리즈 내에 나눠진 것을 다시 세분화해 분류기호에 따라
정리되었다. 폴더는 각 상자와 건(아이템)을 묶은 것이다. 실제
자료를 신청할 때에 폴더별로 신청이 가능하고, 일례로 앞의
시리즈에서 ‘Governments, Delegations, Embassies and Other
Organizations - PS/308 - Republic of Korea’를 신청하고자 하면
자료기호(S-0687-0003-07)와 생산날짜(1950-11-04 - 1956-11-23)와
문서제목 등을 기입해 신청할 수 있다. 따라서 자료 이용신청자는
폴더별로 신청할 수 있으나, 퐁이나 시리즈별로 신청할 수 없고
상자 단위로 신청이 가능하다. 이용자는 1회 신청 때 폴더 3-5개까지
가능하다. 아이템은 폴더 안에 들어 있는 각각의 문서 조각이다. 이
건은 한 장의 문서, 한 장의 사진일 수 있다.
문서 정리와 해제
조사자의 건강과 시간 그리고 그룹이냐에 따라 문서 정리와 해제는 각양각색이다. 조사자가 개인이나 그룹이라도 정리 방식은 동일하다. 그날 수집한 자료는 수집 분량과 체류 일정 등을 고려해 매일 조사 수집을 마치고 숙소에서 목록과 파일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귀국한 뒤에 조사자가 연구해제에 집중한다면 매일 조사를 마친 뒤에 꼭 목록과 파일 정리한다면 주말이 매우 즐거워진다. 목록정리는 해당 기관의 문서구조와 계열, 기록물의 성격과 특성, 생산자의 주체, 생산시기, 작성자, 장소와 주제 등 다양한 항목들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파일 정리는 각자의 양식에 따라 자유롭게 하면 된다. 가능한 본인이 편하게 볼 수 있으면 좋다. 해제는 수집한 자료의 내용을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과정이다. 대부분 문서는 영어이지만 유엔의 특성상 프랑스어와 국한문 혼용이 다수 있다. 따라서 문서 해제는 각자의 활용도에 따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문서목록과 해제는 엑셀 파일을 활용하기를 권장한다. 조사자가 수집한 자료들은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 첫째는 콘텐츠 제작이다. 문서, 사진, 영상 등 여러 자료를 활용해 동일한 주제로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일례로 유엔아카이브에서 수집한 서울의 재건주택 관련한 콘텐츠는 유엔아카이브 사진과 문서, 미국 NA2 문서와 사진, 국내 신문과 KTV의 대한뉴스 등을 활용해 스토리를 만들고 짧은 동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용산기지 자료, 어디서 찾을 수 있나?
서울 한복판에 건설된 용산기지는 일본군의 임시주둔지에서 광복 후 미군의 주둔지였다. 미군이 76년 동안 주둔했으며, 기지 관련 문서, 사진, 영상을 비롯한 지도와 각종 도면 등을 지금도 생산하고 있다. 반세기 이상 용산에 주둔한 미군의 역사 자료들은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뿐 아니라 군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응축되어 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전경>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NAⅡ 실내 모습>
최근 국내에 1945년 9월 8일 전후 용산기지 관련 미군 사진이나 영상, 일부 문서가 소개되고 있지만 빙산의 일각이다. 용산기지 자료는 생산 주체와 시기, 주제와 범주, 형태와 성격에 따라 다양하다. 국내 여러 기관들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산하 메릴랜드 주 칼리지 파크의 국립공문서관 2관(National ArchivesⅡ at College Park, MD·NAⅡ)에서 1996년부터 지금까지 군과 민간기관에서 생산한 자료들을 조사·수집하고 있다. 왜, 이곳인가. NAⅡ는 미국의 1900년 이후 미군과 각 부처와 각종 위원회, 개인 기증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해 전 세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이곳은 용산기지와 관련된 부대와 한국정부와 군 자료까지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 관련 역대 미대통령이나 주요 군·정치 인물들의 활동, 용산을 비롯한 서울 사람들의 삶을 추적할 수 있는 방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NAⅡ, 복잡한 문서 구조
1950년부터 미연방기록센터(Federal Records Center, FRC)는
문서기록시스템을 구성하고 워싱턴 D.C.에 NAⅠ과 18개 주의 공문서관
네트워크를 구성했으며 2000년 기록관리 책임을 가진 연방 직원에게
도구 키트, 전송, 검색 및 반환 단계별 지침, 기록처분 및 액세스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NAⅡ는 문서 약 100억 페이지, 도면
등의 이미지 기록 약 1,200장, 사진 약 2,500만 장, 항공사진
2,400만 장, 영상 필름 30만 릴, 전자 기록물 133 테라바이트(TB)로
추정된다.
NAⅡ의 기록물 분류는 군 관련 기록물을 보면 행정부에서 이관된
기록물, 1900년 이후 생성된 국방부와 전쟁성의 부서와 부대, 각종
특별사령부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민간기록물은 1900년 이후 연방
부서와 주의 각 부서 내 국에 의해 생산된 자료들이다. 문서구조는
문서군(Record Group, RG) → 시리즈(Series) → 엔트리(Entry) 번호 →
상자(Box)번호 → 파일/폴더(File/Folder) → 건(Item) 순이며,
001부터 584까지 민간과 군 기록물을 배치하고, 기증된 자료는
알파벳순, 기증 또는 기부된 자료는 컬렉션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사진열람실의 기록보존상자>
<다양한 기록 검색도구>
문서군 또는 기록군은 생산기관의 원칙을 적용해 만들어진 번호이며
정부기관, 일반적으로 국 또는 독립기관의 기록물들은 RG 001부터
584까지 번호가 매겨진다. 일례로 1950년 7월 16일부터 여러 차례
미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용산기지는 1952년부터 1960년까지 단계적
재건 계획을 수립했다. 이와 관련된 자료는 RG 338(미 육군 작전,
전술, 지원조직 기록)에 있다. 시리즈는 RG 아래 각 부서 또는
주제별로 세분화시켜 분류하고 유형, 기능, 활동, 주제에 따라 생산
및 축적 관리된 집합체이다.
용산기지 재건 관련 문서는 RG 338 내 Unit Histories, 1943~1967
시리즈이다. 엔트리 번호는 시리즈에 지정된 일련번호인데 앞의 RG
338의 ‘Unit Histories, 1943~1967’ 시리즈의 지정된 번호가 UD
37042이다. 상자 번호는 폴더와 건을 담아 시기, 주제 등으로 분류해
포장된 보존상자이다. 표준과 대형으로 나누어진다. 주로 대형은
FRC에서 포장된 상자인 경우가 많다. 앞의 RG 338, Entry UD
37042에서 용산기지 재건에 참여한 공병부대를 먼저 확인하고
보조도구를 이용해 해당 부대의 상자 위치와 번호 등을 파악하면
상자 2724번을 찾을 수 있다. 파일과 건은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폴더이며 건을 담고 있다. 용산기지 재건 관련 문서와 사진은 다음의 문서구조에서 확인될 수 있다.
>RG 338, Unit Histories, 1943~1967(시리즈),
Entry UD 37042(엔트리 번호), Box 2724(상자 번호),
24th Engineer Group: Command Report [5 folders]
[August 1952 / October 1952](폴더)>
또한 사진과 영상 지도·도면 등은 각 RG의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지만 생산주체마다 일련번호(생산연도·알파벳)와 NAⅡ에서 연도별로 정리한 번호를 매긴 목록을 통해 찾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문서 상자에는 사진과 지도, 그림, 도면뿐 아니라 마이크로필름과 영상필름도 담겨 있다.
<기록 열람신청서>
용산기지 자료 현황
NAⅡ에서 용산기지 관련 자료 조사 수집에 앞서 75년 동안 시기별
용산 기지에서 주둔한 부대의 역사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NAⅡ
온라인 카탈로그는 시리즈와 상자별 대표적인 명칭만 설명할 뿐이다.
용산기지에 주둔한 부대 또는 사령부가 작성한 지휘보고서나
정보보고, 작전보고, 특별보고, 조사보고에는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일례로 1945년 9월 8일부터 1948년 8월 15일까지 미24군단
예하 7보병사단, 하부 부대 단위(31·32연대), 정보·작전·병참· 헌병·
보급· 공병·통신· 의료· 특별지원 등 각 부문별 조직들은 인천항에
상륙한 뒤 조선 점령 정책뿐 아니라 일본군 류잔(용산의 일본식
표기)기지 점령과 각 건물의 조사보고서, 기지 내 구역별
조사보고서, 신규 건물 신축, 부대별 주둔 위치, 기지 주변 사건과
사고 등을 지휘보고서 또는 정기 정보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 수립부터 6ㆍ25 전쟁 전후 주한미군과 주한미군사고문단,
미8군사령부, 태평양사령부, 주한유엔민간원조사령부, 대한군사원조,
미 해외정보처의 공보원(USIS) 등에서 작성한 보고서 중 생산 주체와
시기별로 용산이라는 색인어를 중심으로 선별해 수집해야 한다.
문서 수집은 색인어에 의존해 간편하게 찾을 수 없다. 생산 주체가
어떤 방법으로 문서를 생산하고 정리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미군이나
행정, 의회 등은 시기와 주제에 따른 십진분류법을 선택하고 있다.
미군은 특정시기(제1차, 2차 세계대전, 1950년대)에 십진법 매뉴얼을
작성해 문서 분류와 정리 체계를 마련했다. 일례로 미 육군의
십진분류(Decimal)는 01 행정기록, 02 북미에서 활동하는 사령부
기록(2차 세계대전, 1936-52), 03 유럽·지중해 및 아프리카-중동
전구, 04 중국-버마-인도 전구, 05 태평양 전구, 06 서반구사령부,
07 유럽 전구(1933-64), 08 태평양사령부(1944-72), 10 타 사령부의
기록(군단 및 예하 부대, 1940-70), 11 보급기록(1917-92), 12
영(1940, 1956, 1975), 13 사운드(1943-45, 1956), 14
전자기록(일반, 1968-70), 15 사진(1986-93) 등이며, 각 사령부의
군단, 사단, 연대, 대대, 중대와 보급 부문 부대의 연도 순서를
따른다. 이러한 십진분류는 용산기지에 필수적이며 1순위로
수집되어야 할 RG 319(미육군 참모부), 338(작전, 전술, 보급),
407(부관부), 550(태평양 방면 미 육군문서), 554(극동사령부,
유엔군사령부, 연합군최고사령부) 기록물에 대부분 적용되고 있다.
이들 RG 시리즈들은 1-3급 비밀기록 비망록, 서신,
정기정보·작전보고서, 지휘보고서와 기지 내외의 사건과 개인
기록물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와 정리체계에서 용산기지 문서 조사 수집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국사편찬위원회와 국립중앙도서관,
국가기록원, 주요 대학에서 선별적으로 기록물을 수집하고 있지만,
어느 곳도 용산기지를 주제로 조사 수집한 곳은 없었다.
자료조사·수집 방향
국사편찬위원회는 1996년부터 체계적으로 수집을 해왔지만 대부분
흑백이고 복사 상태에 따라 재수집이 필요하다. 특히 문서에
첨부된 사진, 지도, 도면 등은 전시 또는 콘텐츠 활용 차원에서
고화질(2000dpi 이상)로 재스캔해야 한다. 향후 국가차원에서
용산기지 관련 전시관 또는 용산공원 박물관 등의 아카이브 센터
설립을 위해 자료를 조사 수집한다면 단·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수적이다. 기존 국내 기관에서 수집된 자료 목록화 작업을
수행하고, 수집된 기록물의 상태 또는 품질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문서는 복사본과 스캔본으로 구분하여 목록화 작업하고 문서 내의
사진이나 지도(도면)의 유무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진과 영상은
전시용이나 고화질 여부 등을 고려해서 목록화에 반영해야 한다.
문서 목록화에서 중요한 것은 수집된 문서의 첨부 자료를 함께 복사
또는 스캔했는지 등의 여부이다. 미 육군 공병대는 1946~1949년 사이
캠프 서빙고의 건조물 신축 또는 개축 과정, 부동산 등록 및 해제,
건조물 해체 또는 반환 시 각종 도면과 지도, 사진 등을 첨부한다.
그러나 국내 수집된 문서 자료들은 첨부된 지도나 도면을 누락해
스캔한 사례가 많다. 앞으로 자료 조사 수집 계획에서 추가 스캔에
대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
중·단기적인 조사 수집은 1년마다 RG별로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국내에서 수집한 시리즈와 상자 등은 누락이 없는지 검증과 확인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수집 계획은 1차 RG 319, 2차 RG 338, 3차 RG
407, 4차 RG 550, 5차 RG 554 순으로 하되 사진과 영상은 매년
수집하는 것으로 고려하면 된다.
서울기록원의 용산기지 자료 발굴 및 서비스 제공은 용산기지
아카이브를 위한 첫 발걸음이다. 지금까지 타 기관에서 시도하지
못한 중요한 작업이며, 향후 용산공원 아카이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용산기지 혹은 용산공원 아카이브는 서울 시민뿐 아니라 전
국민이나 세계 시민까지 함께 공유하고 볼 수 있으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별 문서구조와 정리가 필요하다. 사전 지식이 없어도
누구든 키워드 또는 주제어에서 한 눈에 편하고 활용할 수 있는
아카이브, 친절한 용어해설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연령층에게 맞는 주제별 콘텐츠가 필요하리라 본다.
글쓴이: 김홍렬 이사 ((주)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복잡한 문서구조를 이해하며 기록 열람을 진행하였다
개인용 스캐너, 복사기, 노트북 등을 지참할 수 있다
개인 지참 물품(스캐너, 복사기 등)을 물품보관함에 보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