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사람들 : 기록행 INTERVIEW
서울링 VOL.1
청계천과 을지로, 17년의 기록
-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대표의 ‘수요답사’ -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대표의 '수요답사'는 2000년부터 25년간 이어져 온 기록 작업이다. 일주일에 한 번, 서울의 골목을 걸으며 도시의 변화를 관찰하고 측정하고 기록하는 이 작업은 단순한 현장 조사를 넘어선다. 그것은 건축가가 도시를 읽는 방법이자, 시간과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특히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에 대한 17년간의 조사는, 그의 기록 작업 중에서도 가장 방대하고 입체적인 결과물이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도시 조직 위에 근현대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이 기록은, 전면 철거라는 이름 아래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서울의 한 시대를 증언한다.
수요답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체계적인 방법을 정했던 것은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 번 나가보자, 그렇게 시작했어요. 2회째부터는 일일이 여기저기 찾아다니지 말고 연속성을 갖고 이어서 쭉 하자고 했죠. 도시 공간을 연속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4회째부터는 경로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특정 요소들을 분류했어요. 'UU(Urban Unit)'는 특정하게 하나가 관심을 끄는 요소, 'US(Urban Space)'는 정자못 같은 공간, 'UT(Urban Tissue)'는 5-60년대 도시 조직을 의미합니다.
25년 동안을 쭉 이런 식으로 적어놓았죠. 백사마을처럼 없어진다는 것을 알고, 청계천도 그렇고, 지금 안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을 때 실측조사를 하게 됩니다. 실측 조사를 해서 모형도 만들고, 전시에 가까운 형식도 만들었어요.


청계천-을지로 조사는
언제 시작하셨나요?
2019년에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네 번째 조사였어요. 2019년에 조사했던 것을 2020년, 2021년에는 도면화하고 살펴보는 작업을 했습니다. 아직 정확하게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종로 쪽에 가까운 블록에 대한 조사를 상인들이 계속 쓰고 있을 때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컸어요. 나가고 나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철거하기 전에 하자는, 보존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조사를 해서 이곳이 귀한 곳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청계천 일대 조사가
특별히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선시대의 조직도 만만치 않은 조직인데, 거기에 숨골목으로 얽혀진 것, 붙여있는 다양한 삶의 형태가 묶여있으니까 한 번에 풀어내는 게 어려웠습니다. 길의 조직을 이해하는 데에만 오래 걸렸어요. 청계천 그 자체보다는 청계천 일대, 을지로, 거기에 펼쳐진 도시의 모습과 삶의 모습에 더 관심이 있었어요.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도시 모습, 공장들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가를 보고 싶었죠.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도시 조직을
어떻게 이해하셨나요?
도시 조직의 관점에서 매우 특정하게 보면, 서촌이나 북촌과는 달리 청계천 을지로는 바탕에 제조업이 숨골목처럼, 실핏줄처럼 전체가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아주 오래된 조직에 새 조직이 들어가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산업 생태계죠.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금속 기술에 따르면 결국 가까운 곳에 공장을 형성하는 게 룰이고, 귀금속이 조선시대부터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도시의 보편성에서는 매우 타당한 전개 방식입니다.
건축가에게 '기록한다'는
행위는 어떤 의미인가요?
기록하고 수집하는 것도 건축가의 작업 형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가로서 뜯어보고 싶고, 그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최근에 더 들었어요. 제 작업에 연관지어서 인스피레이션을 받기도 하고, 그 개념을 따와서 작업하기도 합니다.
여러 형태의 조사와 기록 작업, 답사가 건축적인 논픽션이자 픽션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청계천-을지로에 대한
방대한 아카이브를
어떻게 활용하실 계획인가요?
망라했고, 늘어놓았고, 여러 가지를 조사했습니다. 한남, 청계천, 왕십리, 쪽방... 늘어놓은 것들이죠. 그 늘어놓은 가지를 떼서 그것만 집중적으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청계천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 중입니다.
먼저 한남동을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청계천은 2-3년 후에 할 예정입니다.
보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보존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철거된 것이 너무 안타깝고,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조선시대의 조직 위에 숨골목으로 얽혀진 것, 붙여있는 다양한 삶의 형태가 묶여있으니까 그것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 속에서 굉장히 다양하고 재미있는 상가들을 조사했는데, 상인들이 계속 쓰고 있을 때 조사하고 싶다는 욕구가 컸습니다.
나가고 나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철거하기 전에 하자는, 보존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조사를 해서 이곳이 귀한 곳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서울기록원의 노트
구가도시건축의 기록을 보며, 기록이 한 번의 수집만으로 충분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기록은 필요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우연이나 습관에서 쌓이기도 하지만, 그 출발이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며 이어질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그래서 서울기록원은 기록을 단번에 모으는 일보다, 각자의 시선이 제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더 고민하게 된다. 기록활동 주체가 자신의 방식으로 기록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