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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활동가 양성과정 INTERVIEW] 구술다방팀

서울기록화사업단

기록활동가 양성과정 참여 후기

서울링 VOL.1

구술로 엮은 서울의 다방

- 서울기록원 기록활동가 양성과정 '구술다방' 인터뷰 -

서울에는 시간의 틈새에 숨은 공간들이 있다. 화려한 빌딩 사이와 재개발을 기다리는 골목에는 여전히 낡은 간판과 오래된 다방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곳은 노동자들의 쉼터이자 상인들의 사랑방이었고, 도시의 소식이 오가던 작은 광장이었다.

2025년 서울기록원 기록활동가 양성과정에 참여한 구술다방은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다방 사장님과 단골손님들의 이야기를 구술로 채록했다.

‘구술다방’은 ‘구술(oral)’과 ‘다방’을 합친 이름으로, 말로 엮은 다방의 기록을 뜻한다. 민지희, 이선희, 김은영 세 사람은 청계천 일대를 중심으로 다방의 흔적과 그 안의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이들은 기록 활동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꼈을까? 구술다방 팀원들의 경험을 들어보았다.

사진 Photograph
기록활동가 양성과정 참여 경험 인터뷰 모습
인터뷰 Interview

팀 이름 ‘구술다방’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은영

이번 기록활동의 주요 방식이 ‘구술 채록’이어서 ‘구술’이라는 단어를 넣었어요. 또, 다방을 소재로 하다 보니 ‘구술다방’이라 하니 입에 착 붙더라고요. 이름이 예쁘고 의미도 잘 맞아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청계천에서 ‘다방’을 주제로
선택하신 이유는요?

민지희

처음엔 청계천을 중심으로 다리, 노동, 전태일 열사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러다 명보다방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시절 다방을 기록하면 당시 사람들의 일상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방이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기면 의미가 크다고 봤어요. 청계천이 과거에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던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다방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방문한 다방 중
인상 깊었던 곳은 어디인가요?

민지희

솔다방이 기억에 남아요. 사장님이 모든 재료를 직접 손으로 만들어서 주시고, 토마토주스도 직접 갈아주십니다. 분위기도 예쁘고 따뜻했어요.

김은영

‘아사녀 다방’ 입구 벽화가 특히 인상 깊었어요. 실내에는 아사녀 로고가 새겨진 칸막이가 있었고, 에어컨 세 대가 돌아가는데도 테이블마다 선풍기가 하나씩 있는 게 참 독특했습니다.

이선희

‘애정다방’의 사장님이 인상 깊었어요. 인쇄소 단골 손님에게 직접 천 원을 받고 음료를 전달하는데, 그 ‘노동의 정성’이 느껴졌어요. 요즘 보기 힘든 진심 어린 태도였습니다.

팀워크는 어떻게 맞춰가셨나요?

민지희

자료 조사부터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공유했고, 서울기록원 월요일 회의 때마다 만나며 의견을 나눴어요. 답사나 인터뷰 전에도 꼭 30분 정도 만나 질문지를 점검했습니다.

인터뷰 대상자는
어떻게 정하셨나요?

김은영

전화로 미리 요청하기보다, 직접 10곳의 다방을 답사했습니다. 그중에서 인터뷰를 허락해 주신 곳과 약속을 잡아 진행했어요.

민지희

결국 네 곳 정도만 허락을 받았어요. 솔다방은 여러 번 방문하면서 사장님께 작은 선물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정성이 관계를 여는 데 도움이 됐어요.

사진 Photograph
구술다방의 기록활동 현장 모습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예상과 달랐던 점이 있었나요?

민지희

청계천 근처 다방이면 당연히 그 공간의 기억이 많을 줄 알았는데, 사장님은 너무 바쁘게 일하시느라 오히려 청계천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으셨어요. 그래서 대신 주변 상인이나 변화에 대한 질문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김은영

요즘 레트로 열풍으로 젊은 손님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대부분 60~90대 단골 손님들이었어요. 막연한 이미지로 접근했다가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에 압도당했습니다.

이선희

손님층이 전혀 예측과 달랐어요. 특히 아사녀 다방은 80~90대 단골들이 여전히 모이는 공간이었어요. 그분들을 보며 ‘이건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삶의 역사구나’ 싶었습니다.

이번 기록활동을 계기로
서울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이선희

잊혀진 공간 같지만 다방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서울에는 이렇게 ‘사라지는 듯 남아 있는 것들’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김은영

생각보다 다방이 많이 남아 있어 놀랐어요. 재개발로 사라지는 게 안타깝고, 이런 공간을 보존할 방법을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지희

서울을 삭막한 도시로만 봤는데, 다방을 통해 여전히 ‘사람 사는 온기’가 남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요즘엔 다방 대신 다른 방식의 작은 공동체들이 생겨나는 것도 인상 깊었어요.

구술다방의 기록은 단순한 다방 탐방기가 아니다.
그들이 만난 사장님과 손님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서울이 품은 세월과 사람의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유행과 개발의 속도에 밀려 사라져가는 공간 속에서도 아직도 커피 한 잔을 매개로 이어지는 ‘관계의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을 세 사람은 몸소 확인했다.

그들에게 기록은 과거를 붙잡는 행위이자, 사람의 온기를 다시 불러오는 일이었다. 사라지는 다방의 풍경을 기록하면서, 그들은 결국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겼다.

기록의 결과물보다 중요한 건 그 기록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의 관계였다는 걸, 구술다방의 여정이 조용히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남긴 기록은 오래된 도시의 향기를 복원하는 작은 구술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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