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은 서울역과 더불어 우리나라 교통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상징적인 곳입니다. 1899년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전차가 등장할 때부터 함께 한 청량리역은 1911년 최초의 도시철도가 출발했던 곳이고, 1974년 서울 지하철 1호선의 기착지이기도 하니까요.
지금도 청량리역은 지하철 1호선부터 수인분당선, 경원선, 경춘선, 경의중앙선, 중앙선, KTX강릉선까지 무려 6개 노선이 지나는 초거대 환승역입니다. 서울 동북부의 교통 거점이자 동쪽의 관문, 청량리역의 변천 과정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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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노면전차가 청량리 일대에서 처음 운행을 시작합니다. 1911년에 경원선 철도 일부가 개통되면서 청량리역에 내린 승객들은 노면전차를 타고 도성 안으로 이동했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38년 5월 1일, 중앙선 공사 시작과 함께 청량리역이 ‘대경성의 동쪽 현관’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로 역 이름이 동경성역으로 개명되는 일이 있었지만, 4년 후인 1942년 역명은 청량리역으로 환원되었습니다.¹
1945년 해방 이후 서울의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 확장 속에서 저속 전차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버스와 자동차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이 그 자리를 대체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화, 도시화 바람에 부응하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1966년 김현옥 서울시장은 교통난 완화를 위해 <서울특별시 교통난 완화책>을 발표합니다. 대중교통 확충과 함께 전차 운행 중단, 버스 증차, 지하도 및 육교 신설, 도로 확장 등이 주요 대책이었습니다. 이 정책의 일환으로 1968년 11월 30일 자정을 기점으로 전차 운행이 완전히 중단되었습니다. 약 70년간 도로 위를 달렸던 청량리 전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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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교통난 완화 단기 계획이 끝나면 전차궤도를 뜯는 중기 계획에 착수할 것이며, 장기 계획이 될 지하철 건설작업도 74년까지엔 서울역-청량리 간 제1호선의 건설을 보도록 힘쓸 방침임을 밝혔다." 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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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역 역사 낙성식>, 1959.4.6., 서울특별시 내무국 공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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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개통식>, 1974.8.15., 서울특별시 공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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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8월 15일 청량리역과 서울역을 잇는 대한민국 최초의 도시철도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했습니다. 지하철 요금은 8km까지는 30원, 이후 1km를 더 갈 때마다 3원씩 추가요금이 가산되는 방식이었습니다. 1호선은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약 7.8km를 연결하며, 청량리선 전차의 빈자리를 대신했습니다.³
이후 수원에서 서울역, 청량리에서 의정부까지 전철 노선이 연장되며 도심과 주변 지역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는 데 기여했습니다. 지하철 개통은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 이동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경제·산업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전철역 주변의 땅값이 급등해 ‘서울 변두리 지역의 일부 땅값이 도심 지역을 앞지르는 현상⁴’이 벌어졌습니다. 지하철 노선과 역사를 중심으로 도시의 경제와 사회적 구조가 재편되는 신호탄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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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선 전동차 운행계획협의. 용산-성북간 전동차 운행계획>, 1977.6.13.,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시설관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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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수도권 전철화 정비계획이 발표되었고, 교통난 해소를 목표로 경원선의 용산-청량리-성북 구간에 역을 증설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오늘날의 경의중앙선은 당시 개발된 경원선 용산역-청량리역 구간을 기반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이 구간의 개발은 서울 내 이동거리를 단축했을 뿐 아니라,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 서부권과 동부권 간 이동을 용이하게 해 서울과 주변 지역의 연결성을 강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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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서울시는 기존 도심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4대문밖 부도심권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합니다. 영등포와 신촌, 청량리, 미아리 등이 주요 개발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고, 특히 청량리는 동부 서울의 핵심 부도심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1997년 <청량리·왕십리 부도심권 정비계획>이 발표됐습니다. 목표는 첫째, 청량리 역사 주변 지역을 재개발하고 대규모 상업시설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 둘째는 동북부 지역 대중교통의 중심지인 청량리역의 환승 기능을 확대해 대중교통 체계를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것, 셋째는 지역 내 유일한 공공 공간인 청량리역 광장의 기능을 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 장소로 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청량리를 부도심권으로 개발하는 계획은 동북부를 아우르는 거점을 키우는 동시에 서울의 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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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계탑에서 만나~” 만남과 집회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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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민자역사 신축공사 지표조사 보고서>, 2004.6.15., 서울특별시 문화국 문화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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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심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한 청량리역 일대는 자연스럽게 ‘핫플’로 자리잡았습니다. 롯데리아부터 KFC, 버거킹, 맥도날드까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가 줄지어선 청량리역 일대는 1994년 롯데백화점이 개점하며 역세권 상업지구로 도약했습니다.
중구 소공점, 잠실점, 영등포점에 이어 네 번째로 개점한 청량리 롯데백화점은 기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이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현대적 도시 풍경이기도 했습니다. 또 롯데백화점이 생기면서 당시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팻말이 서있던 집장촌 ‘청량리 588’(청량리역 바로 뒤편인 동대문구 전농동 620번지 일대)이 시각적으로 가려져 청량리역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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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역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청량리 시계탑’입니다. 시계탑이 서있던 역전광장은 동부 서울을 대표하는 공공 장소이자 정치적 공간이었습니다. 바자회나 콘서트가 활발히 열렸던 이 광장은 서울시립대, 경희대, 한국외대, 고려대 등 서울 지역 대학생들에게 MT의 출발지이자 집회와 시위의 주요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1991년 명지대 학생 강경대가 백골단 폭행으로 사망한 이후 청량리역 광장은 범궐기대회와 대규모 시위의 시작점이기도 했습니다. 또 대선, 총선, 지방 선거를 불문하고 정치인에게는 동부 서울 유권자와의 만남을 위한 필수적인 유세 장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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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국민회의 대통령후보 제15대 대통령선거 거리 연설회>, 1997.12.17., e영상역사관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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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역은 서울 지역 민자역사 건설 사례에서도 이례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서울 동북부 최대 상업시설인 청량리 민자역사는 사업자 선정에서 준공까지 무려 23년이나 걸렸습니다. 1993년, 한화그룹이 역사 상권 개발을 위해 광장을 전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역 상인들의 이해관계와 동대문구 의회의 반대로 첫발부터 난항을 겪었습니다. 1995년 도시계획 검토안에는 ‘역전광장에 수익시설이 들어설 경우 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담기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역전광장의 전용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공사는 지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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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사업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신청에 따른 협의>, 1998.10.,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시설계획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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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최종 설계를 확정한 후에도 IMF 경제위기의 여파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청량리역은 임시 역사로 운영되는 시련을 겪는가 하면, 2000년대 들어서는 서울역 KTX 고속철 개통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자금과 인력난에 처해 다시 연기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2004년 5월 청량리 민자역사 공사가 재개됐지만 임시 역사에서 운행 중인 철도 운행시간을 피해 공사를 진행해야 했고, 경춘선과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까지 병행되면서 진행이 더뎠습니다.⁶ 민자역사와 별개로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청량리역사의 개선을 위한 고민도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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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지시사항추진계획보고(청량리역사개선을위한예산확보방안>, 2006.11.2.,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지구단위계획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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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여곡절 끝에 2010년 8월, 지하 3층, 지상 9층 규모의 청량리역 민자역사가 개통됐습니다. 민자역사로 이어지는 도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일부 철거된 ‘청량리 588’은 2019년 청량리 4구역 재개발로 완전히 철거 및 정비되었습니다. 재개발이 완료된 청량리역 남쪽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서 기존의 노후한 이미지를 버리고 완전히 다른 도시 경관을 갖추게 됐습니다.
향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노선(송도-마석), GTX-C 노선(덕정-수원), 면목선(청량리-신내동), 강북횡단선(청량리-목동) 등 4개의 신설 노선이 예정돼 있는 청량리역은 총 10개 노선이 정차하는 다중 역세권으로 다시 거듭날 예정입니다. 교통의 중심지로서 청량리역은 역할을 키워가며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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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서울역사박물관. 2012, 『청량리』. 서울:서울역사박물관. ²동아일보. 1966.04.08.
³서울역사편찬원. 2016. 『서울2천년사』. 서울:서울역사편찬원. ⁴조선일보.1974.04.12. 서울의 동맥이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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