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 잇는 교통 허브,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 제목처럼 1960~1970년대 서울의 인구는 빠르게 늘었습니다. 전후복구사업을 시작으로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베이비붐 세대의 이촌향도 현상이 뚜렷했던 것입니다. 그에 비례해 다양한 도시문제가 파생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거난은 항상적이었고, 노동 조건은 열악했습니다.

낮은 기술력에, 개발 일변도의 사회정책은 환경 오염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기본적인 도시 기반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광역 교통문제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도시로의 집중과 지방과의 연계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산업화 시기 서울이 부여받은 과제였습니다. 수많은 사연을 품고 있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추진되었습니다.

서울역사아카이브에서 볼 수 있는 1966년의 <최신서울특별전도>를 보면 주요 시설이 빼곡한 도심 강북과 허허벌판 강남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시대적인 상황이 고려되어야 하지만 그만큼 인구도 강북에 밀집해 있어 주택난 등도 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찌감치 수용 능력을 넘어선 것입니다.

때문에 1960년대에는 매년 대통령 지시로 서울 인구 억제 정책이 종합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도시계획은 크게 두 축으로 수립되었는데, 하나는 강북 인구를 억제하고 강남으로 유치하는 것, 다른 하나는 무허가 건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서울로의 인구 유입을 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요 대책으로는 특정 시설 개발제한구역 설정, 토지형질 변경 금지, 건축 규제 강화, 도심 부적격 시설의 교외 이전 등이 있었습니다.

1966년 <최신서울특별시전도>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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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지방을 직접 연결하라!

출발지와 목적지를 직접 연결하는 고속버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69년 4월 12일입니다. 이는 경인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가능해졌습니다. 이후 경부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등 각 지역을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고속버스 운행 구간도 다양해졌습니다.² 그러나 당시 고속버스 터미널은 도심 곳곳에 산재해 있었고, 지하철 1호선 공사로 인해 서울의 교통은 더욱 혼잡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1972년 도심권 내 교통 혼잡을 줄이는 동시에 터미널 시설 및 도시 환경을 현대화하고 터미널 이용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적 여건상, 경제상, 편의상, 교통소통상, 도시계획상, 터미널법상, 전망 등 7가지로 구분해 산재 현황과 통합 계획에 따른 장단점을 비교하는 고속터미널 위치 분석을 실시합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는 다음과 같이 잠정적 임시 조치를 내리게 됩니다. 1단계로는 기존 10개 터미널을 도시계획으로 인한 항구적 터미널로 확정시까지 3개의 터미널-구 세브란스 부지(서울역 앞), 동대문종합상가, 한진터미널(서울역 앞)-로 통합 운영하고, 2단계로는 항구적 종합터미널 시설은 도시개발 발전 상태를 감안하여 별도 시설을 지정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속버스터미널위치분석>, 1972., 서울시 도시계획국 구획정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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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발표된 강남종합버스터미널 설치 계획

"서울시 인구증가 없이 강북의 조밀 인구를 강남에 소산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적인 방안이 깊이 연구되어야 한다.”

1975년 3월 4일 서울시 연두순시에서 박정희는 이렇게 지시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서울시장 구자춘은 고속버스터미널의 강남 이전을 추진했다. ³

서울시는 1975년 행정지침으로 학원, 예식장, 시외버스터미널, 공구상, 고물상 등을 도시 외곽으로 이전하는 ‘도심부적격시설의 교외 이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도심의 교통 혼잡이 심각해지면서 남대문로5가, 봉래동1가, 종로6가 등 도심부에 위치한 고속버스터미널이 도심부적격시설로 지목돼 외곽 지역으로의 통합 이전이 추진된 것입니다. 서울시는 시내 고속버스터미널 입지 선정을 위한 조사연구를 통해 영동지구 종합터미널 설치 계획을 발표합니다. 주요 내용은 도심부 버스터미널을 폐쇄할 수 있도록 반포동에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수용하는 서울종합터미널 건설하는 동시에 주변 부지에 대형 아파트 단지를 조성해 강북 주민을 이주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⁴

1975년 서울시는 강남종합버스터미널 설치 계획을 수립하고, 반포동 385 일대를 건설지로 결정합니다. 이듬해인 1976년 4월 8일 기공식을 한 강남종합버스터미널은 9월 1일 1차 준공을 하였습니다.

<서울도시계획시설(고속버스정류장)지적승인>, 1975.,
서울특별시 행정국 민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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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종합버스터미널 기공식>, 1976.4.8., 서울특별시 문화공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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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종합버스정류장 1차 공사분이 1일 상오 10시 준공됐다. 18억 2천만원을 들여 착공, 5개월만에 준공된 이 정류장에는 5만평부지 중 2만 9천평 대지위에 우선 승차장 등 기본건물만 갖추고 있다. 당초 이 정류장은 종합터미널로 서울을 드나드는 모든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발착점으로 할 계획이었으나 운수업계의 반대에 부딪쳐 우선 인천 강화 노선을 제외한 모든 시외버스와 고속버스의 정류장으로 사용하게 됐다.” ⁵

<강남 종합버스터미널 1차 준공식>, 1976.9.1., 서울특별시 문화공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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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건물 없이 정비고,
가건물 모습으로 첫 출발

1976년 9월 준공된 강남종합버스터미널은 “본 건물은 없고 3개의 승차장과 300평 규모의 공동정비고⁶”만 있는 “지금의 여의도환승센터마냥 기둥에 지붕만 올린 가건물 형태⁷”였습니다.

서울 시내 버스터미널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었기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강남터미널은 한동안 대부분의 고속버스가 거쳐가는 용도로만 사용됐습니다. 강남종합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승객을 늘리기 위해 당시 구자춘 서울시장이 추진한 것이 잠수교 건설과 남산제3호터널 개통이었습니다. 그리고 1977년 교통부장관의 행정명령으로 모든 고속버스는 강남종합버스터미널에서만 발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아 결국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새로 짓기로 결정, 1978년 11월 23일 착공해 1981년 10월 20일 준공됐습니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 본건물 신축공사 기공식이 23일 오전 10시 강남구 반포동 162블록 현장에서 있었다. 이날 착공된 고속버스터미널 본 건물은 부지 2만 8천평에 지하 1층 지상 8층 연건평 3만6천24평 규모로 오는 80년 11월경에 완공, 대합실(4천1백50평), 상가(1만1천평), 승차장, 매표소, 파출소, 자가용주차장 등으로 쓰인다.” ⁸

<강남 종합버스터미널>, 1976.12.30., 서울특별시 문화공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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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기공식>. 1978.11.23., 서울특별시 문화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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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된 강남고속터미널을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지하철 3호선의 개통과 맞물립니다. 지하철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택시나 시내버스 외에 터미널까지 오가는 교통 수단이 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1980년 지하철 3호선 공사가 착공되지만 고속터미널이 있는 구간의 공사는 더디기만 했습니다. 이에 고속버스터미널 건축공사가 공정 45%가 되도록 지하철역 공사를 하고 있지 않으니 조속히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공문을 지하철본부에 보내기도 합니다.

<고속버스터미널지하철역공사추진>, 1980.7.28., 서울특별시 교통국 주차계획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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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3호선 개통으로
본격 열린 강남터미널 시대

1980년 2월 20일 착공을 시작한 지하철 3호선은 1985년 7월 12일 구파발에서 독립문 구간이 개통되었고, 동년 10월 18일 독립문에서 양재역 구간이 개통되었습니다. 지하철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이 연결되면서 자연스레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크게 늘었습니다. 허허벌판 위에 세워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차츰 쇼핑, 레저, 문화, 숙박, 공공시설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하며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이전 추진 경위는 서울기록원 소장 기록을 통해 상세히 알 수 있습니다. 1975년 서울시가 고속버스터미널 이전을 위해 ‘강남버스종합터미날마스타플랜’을 확정할 때부터 1980년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철 공사까지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이전 추진 경위까지 잘 정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