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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park)’의 어원은 기원전 10세기 경 서아시아 왕들이 언덕에 나무를 심고 짐승을 사육했던 수렵원인 'parc'라 합니다.¹ 그러다 오늘날과 같은 도시의 공적 공간으로서 ‘public park’는 18세기 서구에서 진행된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도시의 팽창, 과밀 혼잡, 주택난, 환경오염, 생활의 긴장 등 예상하지 못했던 도시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생겨났습니다.
영국의 경우는 ‘사원(私園)’을 공개하고, 미국에서는 새롭게 조성해 ‘만들어 낸 것’이 공원(public park)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전의 도시가 ‘자연 속의 도시(city in nature)’였다면 이후는 ‘도시 속의 자연(man-made nature in city)’이라는 발상에서 공원이 시민의 일상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² 오늘은 서울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인 서울대공원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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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도시공원을 놓고 여러 관점과 의견이 분분하나 현재 종로2가에 자리한 탑골공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그전에 조성된 인천 자유공원(1888년), 서울 남산공원(1897년)이 자연 녹지를 크게 활용한 반면, 오랫동안 파고다공원으로 불렸던 탑골공원은 도심 한복판에 원래 있던 가옥을 철거하고 계획에 따라 조성했다는 점에서 도시공원의 성격이 분명합니다. 1899년에 조성되기 시작한 탑골공원은 1913년 대중에 공개된 후 한동안 서울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원이었다고 합니다.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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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다공원 전경>, 1984.3.1., 서울특별시 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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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서울을 대표하는 도시공원⁴으로는 어디를 꼽을 수 있을까요? 도시공원에는 국가도시공원, 생활권공원, 주제공원, 유원지 등 여러 유형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도시에 위치한 공원을 포괄합니다. 통계를 보면 현재 서울에는 총 2,303개의 도시공원이 있습니다.⁵ 그런데 이 중 유일하게 서울에 ‘없는’ 서울 공원이 있습니다.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에 위치한 서울대공원입니다. 어떤 숨은 이유가 있는 걸까요?
1970년대 과천시 막계동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무기를 비롯해 신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하기 위해 3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재춘을 내세워 매입한 땅입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신무기 개발 기지는 추진되지 못했고, 땅은 계속 김재춘의 소유였습니다. 문제는 이곳이 그린벨트, 즉 개발제한구역이었던 탓에 소유자의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개발할 수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 소식을 접한 박 대통령이 그 땅을 공원으로 개발하라 지시했다고 합니다. 마침 일제에 의해 강제로 창경원(현 창경궁)에 들어섰던 동식물원 시설이 낡아 이전 필요성을 논의해 오던 서울시가 이 땅을 매입해 서울대공원을 건립하고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경기도 과천시에 서울대공원이 자리잡게 된 배경입니다.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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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공원 건립에 참여한 서울대공원 박재관 조경과장은 “당시에는 서울시 외곽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등 도시계획 결정 권한이 서울시에 있었다”며 “또 서울시가 직접 땅을 수용하고 운영하는 등 모든 권한이 있기 때문에 서울이 들어간 것으로 짐작된다”고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것이라고 추정할 뿐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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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서울대공원 건립 계획이 수립될 당시 명칭은 남서울대공원이었습니다. 이 명칭이 서울대공원으로 바뀐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서울기록원의 기록을 통해 남서울대공원이 서울대공원으로 바뀐 것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립의 시작은 1977년 <남서울대공원 기본계획 수립>에 대한 연구용역입니다. 이후 ‘남서울대공원 기본 설계 단계’를 거쳐 ‘남서울대공원 사업 승인의 단계’를 밟습니다. 1977년에서 1979년까지 남서울대공원 구역 내 주민 이주를 위한 준비, 남서울대공원 건설 사업 승인 신청 및 보완, 개발제한구역 내 남서울대공원 설치 허가 승인 등이 이뤄집니다. 이 다음은 도시계획사업 실시 계획 인가 단계입니다. 도시공원은 도시계획법에 따라 도시계획사업(서울대공원 건설) 실시 계획 공람 및 공고, 도시계획사업 실시 계획 인가 신청 및 인가의 과정을 거쳐 건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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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건설공사가 30일 오전 11시 경기도 시흥군 과천면 막계리 현장에서 최규하 국무총리, 구자춘 서울시장, 국회의원, 통일주최국민회의 대의원 등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을 갖고 착공됐다. 청계산 자연공원 안 1백63만5천평에 들어설 서울대공원에는 총공사비 9백85억원(시비 4백85억원 민자 5백억원)을 투입, 오는 86년까지 동식물원, 청소년시설, 문화시설, 놀이시설, 운동시설, 맹인을 위한 시설과 공원안 교통시설 등을 골고루 갖추게 된다. 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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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대공원민간자본투자 희망업체 공모> 기록을 통해서는 민간 자본도 남서울대공원 건립에 참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놀이위락시설, 수변휴식시설, 운동시설, 숙박시설 등을 대상으로 투자 희망 업체를 공모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소식을 담은 신문기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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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대공원민간자본투자 희망업체 공모>, 1978.2.7.,
서울특별시 내무국 시민과
[기록물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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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의 건립 과정을 살펴보면 처음 수립된 계획이 지형 사정으로 위치 일부를 변경하는 등 조정을 거치며 바뀌는 경우도 수 차례 발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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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 5년 반만에 드디어 개원한
87만평의 서울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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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5월 1일, 드디어 서울대공원이 개원하였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까지 싣고 “도시계획적인 입장에서 볼 때 서울의 공원은 그 양과 성격에 있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서울대공원의 개장은 시민들의 휴식처, 젊은이와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서 그 구실이 클 것이다.”⁹라고 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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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이 1일 개원됐다.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시흥군 과천면 막계리 청계산 현장에서 전두환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정부와 서울시 관계자, 각계인사, 학생 등 1천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대공원 개원식 갖고 이날 오후 일반에게 공개됐다. 육군군악대의 주악, 한일여고생들의 합창으로 시작된 이날 개원식에서는 안상영 서울시종합건설본부장의 현황보고에 이어 전두환 대통령 내외와 신병현 부총리, 염보현 서울시장 등이 개원테이프를 끊었고 국민학교 어린이 대표들이 나와 고무풍선 3만개 비둘기 3백마리를 날렸다. 총 공사비 9백 85억원을 투입, 착공 5년반만에 완공돼 이날 1차로 문을 연 대공원 동물원은 4백31종 4천 61마리의 동물을 수용하고 있으며 대공원의 간판격이 될 동물원의 면적만 87만여평으로 창경원의 16배나 된다. 이 공원에는 86년 청소년시설과 현대미술관이, 88년에는 놀이동산이 마련된다. ¹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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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서울대공원에는 식물관(1985년), 국립현대미술관(1986년), 청소년 수련장(1986년), 서울랜드(1988년), 산림욕장(1994년), 장미원 및 어린이동물원(2000년), 치유의 숲(2015년), 야구장(2019년)이 차례로 들어섰습니다. 시민들에게 밝힌 비전처럼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모두가 행복한 생태문화공원¹¹’으로 안착한 서울대공원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대표 공원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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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전영철 도시공원이용자의 여가활동과 이용행태분석을 통한 활성화 한국관광개발학회. 1997. vol.6. no.1. p.220.
²신동진 태영효. 1995. 도시공원의 설치 및 관리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국토개발연구원. p.14.
³서울기록원 보존서비스과. 2021. 카탈로그북 Vol.2 : 공원. 서울기록원. p.38.
⁴우리나라 도시공원의 개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제6호 나목의 규정에 의한 공원으로서 도시지역 안에서 도시자연경관의 보호와 시민의 건강・휴양 및 정서생활의 향상에 기여하기 위하여 동법 제30조의 규정에 의한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된 것”을 말한다. 동 법률에 의하면 도시공원의 종류는 생활권공원과 주제공원, 체육공원으로, 생활권 공원은 소공원과 어린이공원, 근린공원을, 주제공원은 역사공원과 문화공원, 수변공원, 묘지공원으로 나뉜다.
⁶손정목. 2003.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4. 경기: 한울. 이 책의 ‘신무기 개발기지가 서울대공원으로’편을 보면 과천에 서울대공원이 들어선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다.
⁷이정훈. (2011.06.15.) .[독자와 함께]과천에 있는데 왜 서울대공원인가. 한겨례21 865호.
⁸동아일보. (1978년 10월 30일). ‘과천 서울대공원 기공’. 7면.
⁹동아일보. (1984년 05월 01일). [사설]서울대공원 개원. 2면.
¹⁰동아일보. (1984년 05월 01일). 전대통령 참석 서울대공원 개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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