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재잘거리던 여고생들도, 아들의 학비를 위해 한국에서 일하던 필리핀 여성도,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일찍이 출근하던 교생 실습생도 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특히 무학여고의 한 학생은 며칠 전 자신을 혼낸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쓴 편지를 전하지 못한 채 사고를 당해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이원종 서울시장은 사고의 책임을 지고 경질되었고, 후임인 우명규 서울시장은 임명 11일 만에 사퇴하였습니다. 사고 당시 부시장이었으므로 책임을 따져봐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입니다. 성수대교 붕괴는 부실시공과 관리 소홀이 종합적으로 빚어낸 인재(人災)였습니다.
‘자랑스러운 개발의 상징’이었던 한강 다리가 무너진 것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빨리빨리’ 만드는 것보다 ‘안전하게’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부랴부랴 다른 한강 다리들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시작하였습니다. 시공사였던 동아건설은 튼튼한 새 다리를 만들어 헌납하겠다고 하였지만, 서울시는 기존의 다리도 재활용하지 않고 완전히 새롭게 성수대교를 건설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