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기록물에는 공원을 만들고 관리하는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이 모두 담겨 있다. 서울시는 사소한 안건부터 국가 프로젝트에 이르는 공원 조성의 다양한 과정을 촘촘히 기록해 왔다. 기록물은 생산, 분류, 저장의 과정을 거친다.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결과를 냈는지 기록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고 투명한 과정을 알리게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관리자의 영역이었던 기록물을 세상에 드러내 시민과 공유하고자 한다.
공공기록물만으로는 서사가 구축되기 어렵다. 그 틈새를 메우는 것은 개인과 집단의 기억이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모와 민간 기록 인터뷰작업을 통해 수집한 기억을 보탠다. 공원을 만들고 운영한 공공의 기록과 공원을 이용하며 즐긴 개인의 기억이 더해져 이번 전시로 재구성됐다. 남산공원과 월드컵공원을 ‘계획의 과정’, ‘경관의 변화’, ‘시민의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조망한다.
남산공원은 서울의 대표 공원으로, 일제강점기부터 왜성대공원, 한양공원, 장충단공원이 지정되고 오랫동안 활용되었다. 해방 이후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기를 거치면서 정치 이데올로기가 투사되는 장이 되어 여러 상징적인 시설이 공원을 차지했다. 케이블카, 남산타워, 야외음악당, 어린이놀이터, 식물원, 도서관, 롤러스케이트장, 풀장 등 다양한 공원 시설을 서울시민뿐 아니라 관광객이 즐겨 찾아 남산공원은 서울의 대표 공원 역할을 하게 됐다. 시민들은 남산에서 새로운 공원 문화를 즐기고 기억을 공유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행락지에서 공원으로 변모한 남산과 달리, 월드컵공원은 난지도 쓰레기매립지에서 공원으로 탈바꿈한 사례다. 1998년 ‘새서울 타운 조성계획’의 상암지구 도시개발계획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주 경기장을 상암지구에 조성하기로 하면서 수립된 ‘상암 새천년 신도시계획’은 지속가능한 미래 복합 신도시를 지향했다. 이 계획에 따라 높이 100미터에 달하던 쓰레기 산 난지도의 정비 사업이 시작되었고, 현재 월드컵공원이라고 부르는 장소가 탄생하게 되었다.
과거의 기록물을 통해 우리는 당대의 사회상과 시대의 패러다임을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1979년 자연보호위원회 개최 기록을 보면, “자연 수목과 야생조류의 보호, 남산 잠식 요인 강력 배제, 남산 정화”를 기본 방침으로 명시하고 있다. 남산을 보호와 정화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기록이다. 1967년 ‘남산공원 건설계획’은 “시설이 빈약한 남산공원을 다목적 공원으로 확충”하는 것을 사업의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시비와 민간 투자를 구별해 공원 시설과 사업비를 계획한 기록으로, 당시의 공원 조성 여건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러한 기록들을 뒷받침 해주는 것이 시민 공모로 수집한 사진과 민간 기록이다. 온 가족이 남산식물원을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이나 온실 내의 진귀한 선인장 앞에서 찍은 사진은 지금은 사라진 식물원의 기억을 소환해 준다. 정장을 차려입고 남산 팔각정과 장충단공원 수표교에서 찍은 사진은 공원이 시민의 일상과 밀접했음을 말해 준다. 서울시 중부공원 녹지사업소 4층 캐비넷에서 발견한 어린이놀이터 시설물 상세도와 시민 공모에서 수집한 사진을 나란히 감상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서울의 공원아카이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기록원, 서울시 푸른도시국, 서울시 중부공원 녹지사업소와 서부공원 녹지사업소 등에 있는 공공기록물과 시민 공모 및 민간 기록 수집 자료를 재구성한 것이다. 특히 서울시 푸른도시국과 서울기록원의 협력은 시너지를 낳는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 걸음으로 의미가 있다. 서울의 공원이 궁금한 시민들에게, 공원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공원을 만들고 운영하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팬데믹 시대, 디지털 형식의 전시로 더 많은 사람이 더 깊은 공원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