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0년 서울기록원 기록물 복원처리
2020년 서울기록원은 ≪서울특별시도시계획공원계획도≫를 비롯한 총 7건의 기록물을 복원하였습니다.
당시 작업을 진행하면서 흥미로운 점이나 굵직굵직한 작업에 관하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하여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2022년에 진행될 새로운 복원 사업에 앞서, 기존에 보여드리지 못했던 사진이나 작업 과정을 다시 한 번 정리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01. ≪서울특별시도시계획공원계획도≫ 처리 전 표지(좌) / 서울특별시가로망(변경)도 (우)
≪서울특별시도시계획공원계획도≫는 처리 대상 기록물 중 유일하게 표지가 있는 기록철이었지만, 손상이 무척 심해 마치 오래된 고서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같은 기록철에 있었던 서울특별시가로망(변경)도는 2020년 처리 대상 기록물 중 대표 기록물로, 2021년 영인본이 제작되기도 하였습니다.
전체적인 손상도 심각했지만, 무엇보다도 뒷면에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제거 후에는 4개의 조각으로 나누어져서 정확하게 이어 붙이는 데에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02. 처리 전 기록물의 두께와 무게를 측정하는 작업
본격적인 처리에 앞서 다양한 도구로 조사를 진행하는데, 크게 ‘현재 손상 정도를 파악하는 일’과 ‘사용된 바탕 재질이나 필기 매체를 파악하는 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두께와 무게 측정은 후자에 속하는 작업입니다. 무게나 두께를 재는 일이 생뚱맞아 보일 수 있지만, 훼손된 부분을 유사한 종이로 메워야할 때,
어떤 종이를 사용해야할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03. 건식 클리닝 작업
건식 클리닝은 붓을 이용한 방법, 지우개 가루를 이용한 방법, 이렇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일정량의 지우개 가루를 기록물에 올려두고 손가락으로 가루를 조심스럽게 굴리면서 표면의 오염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04. ≪지하철 1호선 평면도≫ 테이프 제거
≪지하철 1호선 평면도≫는 18m에 이르는 긴 기록물로 아코디언처럼 접혀 보관되고 있었습니다. 접힌 부분 부분마다 테이프가 부착되어 있었는데요. 오랜 시간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테이프는 핀셋으로도 쉽게 떨어져 제거가 어렵진 않았습니다.
05. 테이프 제거
위의 경우와는 다르게 접착제가 남아있어서 테이프가 쉽게 제거되지 않을 경우에는 열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때 주로 사용하는 도구는 2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왼쪽 사진과 같이 표면에 닿지 않고, 뜨거운 바람으로 접착제를 녹이는 방법, 두 번째는 뜨거운 팁으로 테이프를 녹이며 직접적으로 테이프를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종이가 튼튼해서 훼손 가능성이 적다면 테이프를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어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기록물의 상태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을 유연하게 선택하며 사용해왔는데요. 그 예시로 위의 사진과 같이 글이 있거나 훼손이 심할 경우에는 첫 번째 방법을, 반대로 지지층이 튼튼하고 뒷면에 테이프가 부착된 경우에는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06. 얇은 종이를 이용한 보강 작업
찢어지고 많이 손상된 부분은 얇은 종이를 붙여 보강해 주었습니다. 보통 뒷면에 보강을 하지만, 뒤집었을 때 앞면이 보이지 않는 기록물의 경우, 올바르게 맞춰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앞면에서 보강하게 됩니다. 이때 내용을 가리지 않도록 아주 얇은 종이를 사용해야 하는데요. 이 작업의 경우 약 3g/㎡ 평량의 종이를 사용했습니다. ‘평량’이라는 말이 낯설 수 있는데, 쉽게 말해서 ㎡당 섬유의 양을 나타냅니다. 즉 3g/㎡은 1㎡당 3g의 섬유가 있는 종이입니다.
흔히 사용하는 A4의 평량이 80g/㎡라는 점을 생각하면 무척 얇은 종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07. 손상된 부분의 메움 작업
훼손되어 없어진 자리에는 바탕 종이와 가장 유사한 종이를 찾아 메워줘야 합니다. 이때 사전에 조사했던 기록물의 두께나 무게와 같은 데이터들이 활용되지요.
메우는 작업은 전체 작업 과정 중에 가장 표가 나는 일 중에 하나인데요. 너덜너덜한 모서리, 구멍 난 가장자리 등을 메우다 보면 어느새 온전한 형태가 되어있어, 실시간으로 처리의 진행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08. 배접
손상이 심각해서 단순히 메워주는 것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을 경우 기록물의 컨디션에 따라 배접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회화 유물이 아닌 일반 종이 기록물에 있어 배접은 최후의 방법과 같은 작업으로, 풀이 발린 종이를 기록물 전체적으로 붙여야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지양되는 작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잘 이뤄진다면 그만큼 확실하게 물리적 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09. 마무리 재단
작업 처리 후 보강이나 없어진 부분을 메우기 위해 붙여진 종이를 기록물의 규격에 맞춰 재단해 줍니다. 재단은 작업자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결과물이 한순간에 잘못되어, 다시 처음부터 처리를 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번 작업에는 도면이나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이 섞여있다 보니, 사이즈를 통일하는 것보다는 기존 기록물의 사이즈를 토대로 재단하였습니다.
다가오는 3월에는 2021년 진행됐었던 복원처리 작업에 관하여 정리하여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