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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공원을 위하여
문국현칼럼 (한겨례신문, 2004.07.14 일자)
“노을공원은 해발 100m의 높이에 10만여평의 녹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마치 서울 하늘에 떠 있는 천상의 공원과 같다. 그 가운데에 서면 서울의 수많은 고층건물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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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온 국민을 열광하도록 만든 상암동 월드컵공원에는 축구경기장 못지않게 아름답고 우람한 시루떡 모양의 산 2개가 한강변을 따라 동서방향으로 길게 자리잡고 있다. 올림픽 대로에서 보면 한때 매립지였다는 것을 누구도 몰라볼 만큼 멋지게 꾸며진 도심 내 휴식공간이다.이 두 봉우리 중 동쪽에 있는 제1봉은 ‘하늘공원’이라고 하며 주로 학생과 어린이를 위한 생태학습장이 조성되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서쪽에 있는 제2봉은 ‘노을공원’이라고 불리고 있다.
서울시는 제2봉인 노을공원의 10만여평에 이르는 정상에 6만평에 달하는 9홀 골프장을 만드는 시도를 했으나 문제가 많아 아직도 공식 개장을 못하고 있다. 계획 당시부터 공익성과 수익성이 의심스러워 대다수 시민들이 반대했던 사안이 우려한 대로 큰 적자가 예상되어 개장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싸라기 같은 그 땅을, 임차한 쪽에서 연 20억원에 가까운 임대료를 면제해 달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한다. 더욱 염치없어 보이는 것은 애초 그렇게 ‘서민용’이라며 이용료가 1만5천원을 넘어서는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던 공단 쪽이 이제는 3만원 이상을 받겠다고 나선 일이다. 더구나, 안전사고가 날 것 같아 골프장 주변 3만5천평에 달하는 산책로와 조망대도 개장되지 못하고 있으니 시민으로서는 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천만다행이랄까.
지난주, 몇몇 뜻있는 공익재단과 시민단체가 난지도 골프장 인수를 선언하고 나섰다. 재단법인 서울그린트러스트, 재단법인 환경재단, 사단법인 생명의 숲 국민운동, 사단법인 환경연합 등이다. 얼핏 생각하면 ‘시민단체들이 골프장을 운영하려는 것인가?’ 하고 의아스러워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 골프장을 인수하여 가족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3년 남짓 전, 잘못 판단된 엉터리 수익성 분석을 믿고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공단 쪽에 넘겨준 것의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당시 시민단체에서는 수도 서울의 생활권 공원 면적이 세계식량농업기구가 권장하는 최소 수준인 1인당 3평보다도 50%나 적은 1.4평밖에 되지 않으니 난지도 일대는 전부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향후 20년 동안 1인당 최소 1평씩 1000만평의 녹지를 늘려야 ‘녹지와 공원의 후진국’을 면한다고 했었다. 비록 대기업, 금융기관, 공기업 및 일부 정부기관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긴 했지만, 이달 1일부터 주 40시간 5일 근무제가 시작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교통체증 없이 갈 수 있는 가까운 녹지 공간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골프장을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시민단체의 제안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개장이 되더라도 하루 300명밖에 사용할 수 없어 공익성이 거의 없던 골프장이 하루 3만명 이상 이용할 수 있는 가족공원으로, 그것도 시민과 기업들의 기금 조성으로 다시 태어난다니 이처럼 통쾌한 일이 또 있을까? 노을공원은 해발 100m의 높이에 10만여평의 녹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마치 서울 하늘에 떠 있는 천상의 공원과 같다. 그 가운데에 서면 서울의 수많은 고층건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후련하다. 3㎞가 넘는 공원 산책로와 조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의 모습은 가히 일품이다.
유유히 흐르는 아름다운 한강을 이곳보다 더 멋지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서울에 또 있을까? 특히 해질 무렵 행주산성 쪽으로 흘러가는 한강이 황금색 노을과 어우러질 때면 이곳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서울 시민들은 다시는 이곳을 남에게 내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3년 전 333개의 시민단체 연이 날리던 이곳에서 올 10월 말 시민의 날이면, 1000만 시민들의 꿈과 소망을 담은 연들을 다시 볼 수 있을 듯하다. 많은 뜻있는 기업들과 시민들이 함께 모금운동에도 나서고, 운영도 자율적으로 해 나간다면, 노을 공원은 우리나라 시민 트러스트 운동에 또 하나의 획을 긋게 될 것이다. 성공을 축원해 마지않는다.
문국현/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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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 골프장, 가족공원으로
말 많던 난지골프장 이르면 내달 가족공원으로 : 서울시, 국민체육공간과 보상금 협상 마무리 단계 (문화일보, 2008.2.19 일자)
“이어진 공방 끝에 2008년 초, 오세훈 시장의 추진으로 결국 골프장이 폐쇄되고 가족공원화가 결정되었다. 골프장을 인위적 구조물 없이, 페어웨이 등 기존 상태를 최대한 살려 생태공원화하기로 결정됨에 따라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서울시 간의 협상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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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서울 상암동 난지골프장이 이르면 3월중 가족공원으로 조성되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문화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골프장을 운영해왔던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이 문제를 논의중”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시민 가족공원으로 제자리를 찾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지골프장 공원화 사업은 이명박 3대 민선시장이 방향을 잡고, 오 시장이 일찌감치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이다.
서울시는 19일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체진공)에 시가 보전해줘야할 총 보상금액을 놓고 현재 양쪽 실무팀이 진행중인 협상을 서둘러 마치고, 이르면 3월 중순쯤 가족공원화에 최종 합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상금에 대해 시는 골프장 조성원가 130억원대를, 체진공은 여기에 지난 4년간 운영비 및 기회비용 등을 포함한 200억원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공원화에 대한 기본합의는 공단측과 이미 마친 상태”라며 “회계법인의 실사결과가 이달중 나오면 3월 중순까지는 최종 보상금 협상을 마무리지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골프장을 공원으로 바꾸는 것은 예산낭비’란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인위적 구조물 없이 골프장의 페어웨이 등 자연상태를 최대한 살린 생태공원으로 꾸미기 때문에 추가비용은 별로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복원될 공원의 명칭도 ‘노을공원’이란 원래 이름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난지골프장은 고건 전 서울시장 재임시인 2000년, 쓰레기를 메워만든 난지도 제1매립지(10만5000평) 중 7만평에 건설이 결정된 뒤 계속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환경단체들은 2004년 6월 체진공이 9홀짜리 퍼플릭 골프장을 완공했음에도 다시 공원화하라는 압력을 줄기차게 행사하고 있다. 또 체진공은 골프장 운영권 귀속과 이용료(그린피) 인하를 요구하는 서울시에 맞서 법정소송까지 제기해 승소한 뒤 현재 대법원에 상고심이 계류중이다.
이번 협상이 잘 풀리면 소송은 자연 취하될 전망이다. 체진공 관계자는 공단 이사장의 총선출마로 갑자기 협상자세로 바뀐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사업자로 선정해놓고도 골프장 허가를 내주지 않아 2005년 이래 무료 운영해온 파행의 원인을 서울시가 제공했다”고 비판하면서 모든 보상을 책임져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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