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기록 이야기#20] 그린벨트 시리즈 #3 그린벨트 해제준비기
# 해제 준비기의 시작
1997년 7월 2일, 김대중 대통령 후보는 서울상공회의소에서 ‘그린벨트’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합니다.
“우리나라는 남한만해도 전체 면적의 60%가 산이라 더 이상 그린벨트가 필요한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봐야 하며, 평가결과에 따라 필요 없는 지역은 해제하고 필요한 지역은 그린벨트로 묶되 국가가 지가증권을 발행해서 사들여야 한다.”*
*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변천과정」, 류경진, 국토, 2021
이후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서, 그린벨트는 ‘해제’가 논의되는 이전과 전면적으로 대비되는 패러다임을 지향하게 됩니다. ‘해제 준비기’로 명명되는 이 시기, 그린벨트 논의는 이해관계가 열화하는 각축장으로 변모합니다.
〈Greenbelt정책은경제윤리로풀어야한다(개발제한구역제도개선안)〉, 《Green belt 정책은경제윤리로풀어야한다(개발제한구역제도개선안),전국개발제한구역주민연합회》,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1998. 11. 28.
‘해제 준비기’는 ‘개발제한구역 기록, 1970 ~ 2004’ 시리즈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기록으로, 복잡다단한 업무 과정과 의견 수렴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울기록원 ‘개발제한구역 기록, 1970 ~ 2004’ 시리즈
https://archives.seoul.go.kr/aggregation/172
#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공약 이행 돌입
1997년 12월 18일 선거를 통해 김대중 후보가 제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1998년 2월 25일 ‘국민의 정부’가 출범합니다. 김대중 정부는 신정부 100대 과제 중 하나로 ‘개발제한구역의 합리적 개선’을 선정하며, 후보 시절 공약을 이행하기 시작합니다. 건설교통부는 설문조사·관리현황조사·현장조사 등을 실시하고, 1998년 4월 15일 건설교통부는 주민대표·학계·연구원·환경단체·경제인·공무원 등을 포함한 23인으로 구성된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협의회’(위원장 서울대 최상철 교수)를 발족하며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마침내 1998년 11월 25일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시안’이 발표되며 건설교통부-지자체-자치구-주민 및 환경단체 등을 잇는 업무 프로세스가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개발제한구역제도개선안에관한의견조회〉, 《GB제도개선시안에따른의견제출》,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1998. 12. 03.
[표1] 90년대 후반 그린벨트 사건 연대표
제도개선 준비 초기, 건설교통부는 업무추진을 위해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였고, 서울시 역시도 자치구의 의견을 조사하고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 대응방안을 생산하였습니다. 98년에서 99년 초기의 기록들은 개발제한구역을 둘러싼 각 행위주체별 이해관계의 충돌양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개발제한구역제도개선시안에대한의견회신〉, 《GB제도개선시안에따른의견제출》,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1999. 04. 09.
〈개발제한구역제도개선안에관한의견제출〉, 《GB제도개선시안에따른의견제출》,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1998. 12. 22.
서초구가 생산하고 서울시가 접수한 문서이다.
[90년대 후반 그린벨트를 둘러싼 이해관계 지형도]
1990년대 후반 그린벨트를 둘러싼 개별주체들 간의 이해관계도이다. 건설부는 시행업무를 지시한다면, 서울시는 구체적인 실행 지침을 건설교통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하고 해제구역을 전적으로 담담하길 요청하고 있다. 또한, 기초지자체와 주민은 그린벨트 적극 해제를 요청하지만, 환경단체는 해제 추진이 더 확고한 근거에 의한 것이어야 함을 주지한다.
〈개발제한구역제도개선시안에대한의견회신〉, 《GB제도개선시안에따른의견제출》,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1999. 04. 09.
〈개발제한구역제도개선시안에대한의견회신〉 기록건에 대한 부분 몽타주이다.
〈개발제한구역자문단위원해촉〉, 《개발제한구역자문단》,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1999. 11. 23.
각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가운데, 1999년 7월 23일 건설교통부로부터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방안이 공표됩니다. 주요한 지점은 ‘우선해제지역’ 설정과 ‘존치지역’을 적확한 기준에 따라 구분해 내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우선해제의 대상이 될 ‘집단취락’을 조사하며 서울시 개발제한구역 현황을 파악합니다. 또한, 건설교통부가 주최하는 회의를 참석하고 서울시 내부 회의를 개최하며, 개발제한구역 조정팀(TF)를 운영하게 됩니다. 수많은 공청회, 회의자료, TF팀과 자문단 구성 등에서 상기되듯이, 90년대와 2000년대에 해제 준비기에 들어서는 70년대 당시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하기 위해 거쳤던 업무 프로세스와 비교하면, 훨씬 더 길고 복잡다단한 단계를 거쳐 업무가 추진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개발제한구역실태조사중간보고회결과보고〉, 《GB우선해제보고및회의(2)》,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1999.08.31.
〈개발제한구역관련회의결과보고〉, 《GB우선해제보고및회의(3)》,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1999.09.30.
# 새천년에도 지속되는 해제 추진
2000년대에 진입해서도 적법하고 적확한 절차와 근거에 의해 그린벨트 ‘해제’ 추진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은 계속됩니다. 먼저, ‘개발제한구역’에 관한 새로운 상황을 반영하고, 해제 및 존치지역의 효과적 관리를 위해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지정됩니다. 서울시의 90년대 회의자료에서도 지방자치단체는 매수청구권, 매입 우선순위, 구역의 조정·변경·보상을 고려해 ‘특별법’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습니다. 이후의 특별법 시행령과 관련한 건설교통부 발신의 접수 문서와 서울시 생산 문서도 서울기록원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GB특별조치법》 기록철, 1999
https://archives.seoul.go.kr/aggregation/272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GB특별조치법》 기록철 기록건 목록
https://bit.ly/3agJEBv
90년대 후반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에도 주요 안건 사항은 ‘우선해제지역’을 설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개발제한구역 기록, 1970 ~ 2004’ 시리즈의 기록철 역시도 대다수가 ‘우선해제지역’과 관련 업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GB우선해제협의》 기록철, 2000
https://archives.seoul.go.kr/aggregation/274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GB우선해제보고및회의(1)》 기록철, 2000
https://archives.seoul.go.kr/aggregation/289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GB우선해제보고및회의(3)》 기록철, 2000
https://archives.seoul.go.kr/aggregation/276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GB우선해제일반(1)》 기록철, 2000
https://archives.seoul.go.kr/aggregation/275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GB우선해제지역기초자료》 기록철, 2001
https://archives.seoul.go.kr/aggregation/297
경계선 지정 회의/관리방안 구상/공지조사/환경평가/주민의견수렴 등은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위해 반복적으로, 그리고 주요하게 추진되어 온 업무입니다. 진행된 모든 업무는 해당하는 기록철과 기록건에 남겨져 깊이 있는 연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환경평가(개발제한구역)(1)》 기록철, 2001
https://archives.seoul.go.kr/aggregation/301
〈환경평가자료결과제출〉, 《환경평가(개발제한구역)(1)》,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2001.04.12.
중랑구에서 생산하고 도시계획과에서 접수한 문서로 환경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기록건이다.
〈주민의견서〉, 《GB공람시제출의견(은평)(3)》,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2001.02.09.
https://archives.seoul.go.kr/item/29048
〈G.B제도개선관련실무회의결과보고〉, 《GB우선해제보고및회의(1)》, 서울특별시 도시계획국 도시계획과, 2000.01.31.
https://archives.seoul.go.kr/item/30718
‘해제’와 ‘존치’. 두 극단은 현재에도 기능하는 개발제한구역의 중심축입니다.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개발제한구역은 시정문서 바깥의 영역에서도 기록되어 왔습니다.
강홍구 작가(1956~)는 ‘재개발’과 관련하여 ‘불광동’을 꾸준히 기록한 작가입니다. 작가의 불광동 기록 작업 시리즈에 기록된 장소는 현재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어, 사진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그린벨트로 남아있습니다.
은평뉴타운은 그린벨트 해제로 태어난 대표적인 지대입니다. 군사보호구역의 목적으로 그린벨트로 지정되었던 현재의 은평뉴타운(진관외동, 진관내동, 구파밭동) 일대는 도시 외곽의 변두리로 작용했지만, 2002년 그린벨트 해제 계획과 함께 뉴타운 시범사업이 발표되며, 마을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바뀝니다. 더불어 살던 동네를 찍던 강홍구 작가 작품의 의미도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강홍구 작가 설명 및 컬렉션 개요]
https://semaaa.seoul.go.kr/front/collection/view.do?menuId=13&colSeq=111
[박건희문화재단 강홍구 작가 설명]
http://geonhi.com/korean/%EA%B0%95%ED%99%8D%EA%B5%AC-sarazida-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