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아카이브를 고민해야 하나> 전갑생
아카이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될 연구자(큐레이터)의 생각에서 서비스 기획의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갑생 (Jen Gab Seang) 선생님의 아카이브 이용 경험 포스팅에서 그런 힌트를 얻습니다.
추진하고 계신 프로젝트의 아카이빙 결과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아카이브에 고민해야 하나>
2017년 9월 10일
전갑생
최근 새로운 기록화 사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아카이브와 아카이빙에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 7, 8월 여름 동안 미국과 영국에서 4곳의 아카이브 기관을 방문하고 조사 수집했습니다.
작년에도, 2015년 이전에도 끊임없이 자료 조사 수집과 논문, 단행본까지 내면서 쌓여 가는 원 자료와 참고자료, 각종 논문들까지...
늘어나는 게 외장하드(처음에 500기가에서 지금 2테라까지 15개 쯤 됩니다)와 각종 복사물과 책들입니다.
외장하드에 디렉토리 밑에 하위 디렉토리와 수백 개의 폴더들을 정리하는 게 제일 큰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논문 한 편 쓰는데 아카이빙은 필수라고 봅니다.
요즘 국사편찬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죠.
그 반면에 연구자들은 여러 자료들을 분류하고 폴더 별로 정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개인 아카이빙에서 시작되는 아카이브
보통 연구용역 사업에 참여한 분들은 너무 잘 알고 있죠.
연구재단 토대 사업이나 기록화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면 늘 메타 데이터 입력과 해제 속에서 아카이빙을 고민하시죠.
이번 미국과 영국에서 조사 수집하기 위해 타깃팅하기 전에 각 아카이브 별 문서구조 이해와 자료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여합니다.
출장 이후 엑셀 파일에 정리하는 목록과 해제는 훗날 아카이브와 아카이빙을 준비하는 사전 단계가 됩니다.
이 아카이브 작업은 깊은 연구와 동일한 연구자나 일반인들에게 제공하고자 진행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아카이브 센터 혹은 기관 운영은 개인 또는 단체에서 감당하기 힘든 일이며 더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인지 수집된 자료들이 연구자나 일반인에게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죠.
그나마 수집된 자료들이 간행된다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과연, 나는 얼마나 아카이빙 하고 있나?’
작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수집한 3,500장의 사진들을 목록화라고 해제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들 사진은 1,200dpi로 스캔해 두 개의 외장하드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왜, 2개의 외장하드인가...백업용 외장하드가 하나가 있는 셈이죠. 여전히 컴퓨터는 믿지 못한 기계이며 외장하드 또한 당연하죠.
매년 외장하드의 백업하면서 저장하다보니 점점 외장하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테면 저가 불의에 사고로 죽거나 뇌사가 된다면 잘 정리된 외장하드 하나면 다른 분들이 이어서 활용할 수 있겠죠.
그럼 개인 아카이브는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
간혹 저의 외장하드를 본 분들이 있다면 아시겠지만 수십 개의 복잡한 폴더가 많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ㅎㅎㅎ
한 논문의 작업 폴더는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논문제목-1차 자료- 2차 자료로 나눕니다.
다시 1차 자료에는 정기간행물(신문 또는 잡지류), 단행본, 사진 폴더,
다시 정기간행물에는 각 신문사별로 별도 폴더를 만들고,
단행본은 제목별로, 사진은 시대와 지역, 또는 인물별로 다시 폴더를 만듭니다.
2차 자료는 1차 자료 폴더와 동일하지만 논문 폴더를 하나 더 만듭니다.
그리고 1, 2차 상위와 동일하게 원고, 자료 색인 입력 폴더를 다시 만듭니다.
원고 폴더에는 초고, 중고, 탈고, 논문게재, 논문게재 후, 단행본(수정 전후) 각각 폴더화 시키고 모든 파일에 날짜를 기입합니다.
이 모든 폴더 작업이 끝나면 전체 폴더 사다리 그림을 이미지화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요즘 컴퓨터들이 좋아서 상위 폴더에서 모든 폴더와 파일들을 색인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고 하겠죠.
1차 자료는 시간날 때마다 스캐닝하고 각각 폴더에 저장합니다.
자료의 부피를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정이 넉넉하거나 여력이 있다면 별도 홈페이지에서 관리한다면 더 좋겠죠.
저는 Web 드라이드나 하드 등을 이용하면서 급하게 백업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 미국이나 영국에서 그렇게 작업합니다.
장거리 비행이나 소실 등의 우려 때문에 웹 하드나 드라이브를 애용할 수밖에 없죠.
역시나 컴퓨터나 외장하드는 믿을 수 없는 보조기계일 뿐이니까요.
올해 진행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는 동일한 방식으로 아카이빙 작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포로수용소나 ‘위안부’ 사업이든 말이죠.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자료는 사용할 수도 없고 방치된다면 그 빛도 볼 수가 없겠죠.
예전부터 노력하고 잘해 보려고 하지만 제대로 마무리 못한 일이 아카이브가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조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음엔 각국 아카이브와 한국 아카이브 기관과 비교하는 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시간이 난다면 ㅎㅎㅎ
https://www.facebook.com/gabseang.jen/posts/1673780482663965?__tn__=H-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