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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아카이브 #6> '더 적은 프로세스로 더 많은(나은) 결과를' 금융정보분석원 이철환

<금요일의 아카이브 #6> '더 적은 프로세스로 더 많은(나은) 결과를' 금융정보분석원 이철환

2018-01-05 서울기록원 조회수 : 296

금요일의 아카이브(#friday_archives) 여섯 번째 글은 금융정보분석원의 이철환 (Cheol Hwan Lee) 님이 보내주셨습니다.
2005년 Mark Greene과 Dennis Meissner는 ‘More Product, Less Process’라는 흥미로운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더 적은 프로세스로도 더 많은(나은)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실용적 제안이 재밌는 지점입니다.

"MPLP asks why archivists are spending so much time doing insignificant preservation tasks if they cost an excessive amount of money, take too much time to complete, and don’t benefit the user."

Kate Mersiovsky, The Pros and Cons of “More Product, Less Process”
https://medium.com/archives-records/the-pros-and-cons-of-mplp-586b0efc8fba



현대 사회에서 공공기록관리를 하는 우리들에게 조심스럽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이 관리하는 기록을 100%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고, 서비스하고 있다고 자신하는가?'
부족한 경험과 실무탓에 나는 이 질문을 어렵게 대하고 있다.
아마 기록동체의 많은 이들에게 이 질문은 송곳처럼 느껴질 것이다.
현실의 어려움과 고단함은 상수일테니 본질을 마주해보자.
이 질문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아카이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속도에 비해 너무 많은 양의 기록이 생산되고 있다.
또 한국의 기록관과 아카이브에는 아직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
반복되는 부끄러운 자성이지만 우리는 아직 자생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폭증하는 양의 기록을 늘 제 때 처리할 수 없다는 문제는 만국의 아카이브에 공통의 고민이었다.
이른바 '기록관리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많은 아카이브와 아키비스트들이 이 문제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아키비스트 Mark Greene과 Dennis Meissner는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탐구했다.
아카이브의 '신성함'에 대해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고 실무의 정리 방식에 새롭게 접근했다.
그들은 "우리가 기록을 100% 완벽하게 정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More Product, Less Process(MPLP)” 가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어찌보면 그들이 제시한 대안은 실무적 효율성을 마법처럼 높일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관점의 전환이었다.
'1 건의 기록에 쏟던 정성을 분산하자, 이용자는 아카이브가 모든 계층의 기록을 완전히 정성스럽게 정리해주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가
그들이 택한 또는 포기한 관점이었다.
그린과 마이스너는 광범위한 설문을 진행했다.
미국 기록보존소의 34%는 보유한 기록의 절반도 정리(처리)하지 못했고, 60%는 보유 기록의 1/3도 처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MPLP의 강력한 근거가 되었다.
즉,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없는 방식의 기록 정리는 의미가 없으며, 좀 더 간단한 프로세스(LP)의 적용을 통해,
좀더 많은 성과(MP)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논의를 한국의 기록관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MPLP는 한국의 기록법과 충돌한다.
법에 의하면, 기록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야 하고, 이물질을 제거해야 하며, 겉표지를 씌워야 한다. '적절한' 보존환경을 갖춰 유지해야 하고,
보존 상자를 사용해야 한다. 전자기록 분야도 마찬가지다. 보존포맷으로 변환하고, 장기보존포맷으로 캡슐에 넣어야 한다.
'법과 령'이 그렇게 지시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기록의 보존에 어떤 효과를, 이용자의 기록 열람/연구에 어떤 만족을 주었는지를 측정해보진 못했다. 아카이브에서도 하기 어려운 일들을 '법과 령'에 의해 기록관이 하고 있다.

체계가 다소 다르긴 하지만 미국 아카이브(와 레코드 센터)에서 MPLP는 논의의 시발점이 되었다.
아카이브 분야 뿐 아니라 뮤지엄과 각종 자료를 보관하는 연구센터로까지 번졌고, 수많은 파생 논의를 낳았다.
MPLP를 준용하자면, 기록관의 업무 프로세스에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
아카이브 단계로 이관할 좀 더 중요한 기록의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그 외의 기록에 대해서는 기록관의 기록관리전문가가 관리 수준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은 어떨까? 기록관리시스템(RMS)의 중간 단계가 정답일까?
업무관리시스템에서 중요 기록만 영구기록관리시스템으로 즉시 이관할 수는 없을까?
프로세스를 줄이면 복잡성은 낮아지며, 단순해질수록 오류는 줄어든다.
Less Process는 아카이브가 이관, 수집하는 기록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MPLP를 현실의 각종 실무에 대입하면 우리가 의심하지 않았던 어떤 지평의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얼마전 서울기록원이라는 정식 조직이 일을 시작했다.
서울기록원의 목적이 그저 법에 정해진 프로세스대로 기록을 이관 받아 관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가치있는 기록 유산을 보관, 서비스하겠다면 지금의 프로세스에 더 과감한 물음을 던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모든 기록을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불가능한 목표가, 어떤 기록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현실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과정에서 MPLP는 꼭 검토해 볼만한 주장이다.
 

"기계를 넣어두고 무엇을 할지 생각하기보다, 무엇을 할지를 생각하고 기계를 선택하는 것이 맞는 순서이다.
이 순서가 거꾸로 되었을 때, 우리는 기계와 도구를 갖고도 ‘보관’만 하기 쉽다."

김은하, ‘도서관 속 메이커공간, 무엇을 하는 곳인가’, <도서관 담론: 도서관의 미래를 말하다>, 경기도도서관총서 20, 경기도사이버도서관

photo credit: https://derangementanddescription.wordpress.com/2015/06/16/you-didnt-discover-that-in-the-archives/